프롤로그
천문우주학의 세계: 광활한 우주의 진리 찾기

이 글은 별과 우주 1999년 11월호에 실린 글을 약간 고쳐서 다시 쓴 글입니다. 원문은 자료실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과학관이 1994년에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장 큰 호기심을 보이고 있는 과학기술분야는 천문우주학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천문우주학 37.4%, 생물학 16.5% 순). 1996년 조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타났는데, 인류가 문명을 갖기 시작한 이래로 이런 조사를 계속해 왔다면 천문우주학이 늘 수위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을 대상으로 첫 시간에 조사한 설문의 결과도 마찬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천문우주학에 관한 관심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우주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 시작

이유는 간단합니다. 우주는 언제 어떻게 생겨 났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이 광활한 우주 속에서의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가?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이런 궁극적인 질문을 던지고 구체적인 해답을 찾기 위해 연구하는 학문이 바로 '천문우주학'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천문우주학을 가장 오래되고 영속적인 학문분야라고 부릅니다. 한편 천문우주학은 가장 젊은 첨단학문으로서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위한 천문우주학적 관측과 우주탐사는 그 시대 최고 최첨단의 기술과 장비를 동원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우주의 나이와 기원에 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서 현대 과학기술력의 종합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허블우주망원경을 우주공간에 쏘아 올려서 관측을 수행 중입니다.

가장 궁극적이고 살아 숨쉬는 질문에 대한 천문우주학의 이론적 제시와 새로운 관측은 늘 새로운 발견과 논란을 가져왔고, 그 시대의 가치관 형성을 주도해 왔습니다. 중세유럽을 휩쓴 과학혁명을 주도했고, 20세기에는 대폭발우주론으로 온통 세상을 뒤흔들어 놓았습니다. 첨단 관측과 우주탐사에 의해 주도된 과학기술적 발달은 어느 시대에나 곧바로 산업에 응용되었습니다.

미래를 선도할 첨단 종합 학문

그러면, 천문우주학에는 어떤 연구분야들이 있을까요? 천문우주학에서는 우주 전체와, 작게는 소립자와 분자로부터 크게는 초은하단에 이르기까지 우주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물질을 연구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연구 방법에 따라서 천문우주학은 관측천문학, 이론천문학, 우주천문학, 그리고 우주과학 등으로 세분됩니다.

천문우주학 연구의 핵심이 되는 관측천문학 분야의 연구는, 거대한 망원경으로 우주의 구석구석을 탐험하는 짜릿한 전율과 함께 새로운 발견과 모험의 기회를 부여하는 매력적인 연구 분야입니다. 우리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천체, 더 오래전의 우주의 모습을 직접 관측하기 위해서 여러대의 대형망원경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미국 Keck 천문대의 10미터 망원경으로부터 시작된 대형지상망원경 건설 붐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입니다. 전파천문학 쪽에서는 12미터 크기의 안테나 64대를 연결시켜서 하나의 거대한 전파망원경을 만드는 'ALMA (The Atacama Large Millimeter Array)' 계획이 진행되고 있습닏다. 이런 대형망원경의 틈새에서 구경이 50-100센티미터 정도의, 작지만 특수하게 제작된 탐사전용망원경을 이용한 전하늘 탐사 계획도 추진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관측할 수 없는 영역에서의 우주 관측의 필요성과 20세기 후반의 첨단 기술의 만남은 우주천문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탄생시켰습니다. 현재, 천문우주학자들은 허블우주망원경과 같은 천문학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가시광선은 물론, 지상에서 관측이 불가능한 자외선, 적외선 및 X-선 등의 관측을 통하여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고 있습니다. 태초의 빛으로 불리는 우주배경복사의 비밀이 밝혀진 것도 'COBE' 인공위성의 관측 덕분입니다. 대형지상망원경과 비슷한 8미터급 우주망원경을 쏘아 올리려는 차세대우주망원경 계획(NGST)도 현재 활발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론천문학은 대폭발우주론으로 대표되는 우주 자체의 생성과 진화에 대한 이론적인 틀을 제공하고, 검은구멍(블랙홀)과 중력렌즈 효과의 존재 등을 예측하고, 그리고 천문현상의 천체물리학적 해석을 내리는 역할을 합니다. 관측천문학의 발달에 따라서 이론 속의 천체 현상이었던 검은구멍이나 중력렌즈 효과가 관측적으로 증명되기도 했습니다. 컴퓨터를 이용한 모의실험은 이론천문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현대 천문우주학에서는 분야간의 벽이 거의 허물어지고 종합적인 접근법이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여러 파장에서의 관측과 이론적 해석을 모두 포함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통한 활발한 국제공동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그 한 예라고 하겠습니다.

현대 천문우주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우주과학입니다. 천체역학의 응용으로부터 출발한 인공위성궤도역학은 주로 인공위성 관련분야의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하드웨어를 담당하는 우주공학과 더불어 인공위성 산업의 한 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태양계와 인간의 기원을 알아내려는 천문우주학적 호기심과 첨단 과학기술이 만나는 자리에 우주탐사 분야가 있습니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닉호가 지구를 벗어나면서 시작된 우주탐사는 인간을 달에 보내는데 성공하였고, 이미 여러차례 무인탐사선들이 태양계 내 여러 행성들을 탐사하였습니다. 21세기에는 더욱 활발한 우주탐사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숨어 있는 진리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그렇다면 누가 이렇게 우주를 탐구하는 천문우주학자가 될 수 있을까요? 우주에의 동경을 해봤거나 밤하늘에 심취해서 천체의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아름다움을 느껴 보았다면 천문우주학자가 될 수 있는 소양을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천문우주학을 취미가 아닌 학문으로서 수행하는 것은 감각적인 아름다움 뒤에 숨어있는 진리의 아름다움을 찾는 작업입니다. 진리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은 기본. 호기심이 없다면 알고 싶은 것이 없다면 천문우주학자나 과학자가 될 수 없습니다. 흔히 학문에 대한 열정을 짝사랑에 비유합니다. 시간과 정열을 바칠 각오가 필요하다는 뜻일 것입니다.

천문우주학에서 아마츄어천문학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아주 큽니다. 혜성이나 소행성 같은 새로운 천체들은 흔히 아마츄어 천문가에 의해서 발견되곤 합니다. 하늘을 사랑하고 밤하늘을 늘 관측한 결과입니다.

현재 천문우주학 분야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전체 과학기술 분야 투자액의 약 0.1% 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적은 투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천문우주학자들은 질 높은 연구 결과를 생산해 내고 있습니다. 최근에 미국과학정보연구소(ISI)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1994-98년 사이에 발표된 한국의 과학기술논문은 논문의 편당 인용도가 모든 분야에서 세계 평균에 못미치고 있지만, 천문우주학 분야만 세계 평균의 97% 수준으로 비교적 강점을 나타냈습니다 (비교: 물리학 55%, 컴퓨터과학 53%, 지질과학 35%, 분자생물학 24%).'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1997년에 연세대학교 자외선우주망원경연구단이 발족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이렇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천문우주학 분야에 더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리라고 예상됩니다.